이번에는 평상시에 원자력에 관심이 없다면 잘 모를 수도 있는 대형사고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사고는 어떻게 보면 최초의 대형사고이자 피해가 거의 없는 사고이기도 합니다. 또한 체르노빌보다 먼저 발생한 사고입니다. 그리고 왜 PWR이 안전한 설비라고 하는지 알 수 있는 사고이기도 합니다. 그럼 왜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고 어떠한 결과가 나왔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용 노형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가압 경수로와 동일하게 PWR 타입의 노형을 사용하였고 이 스리마일 섬이라는 지역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해리스버그시에서 떨어진 서스쿼해나 강 가운데 있는 섬입니다. 이 PWR이라는 노형은 미국이 개발한 노형이고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배워온 모델입니다.
어쨌든, 저번 시간에 설명한 거처럼 PWR은 원자로와 원자로 냉각수 계통이 격리된 안전망이 하나 더 있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이 안전망의 존재로 PWR은 원자로 건물 밖으로 사고가 확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고 막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가압기)
사건 경과
1979년도에 상업운전 중이던 TMI-2(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2호기)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원자로와 냉각수계통은 1차 계통 그리고 이 계통으로부터 열을 빼앗아 터빈을 돌리는 주증기 계통을 2차계통이라 하겠습니다. )
2차 계통에서 복수의 탈염기장치에서 막힘 현상이 발생합니다. 여러 필터가 장착되어 있다 보니 이런 막힘 현상은 간혹가다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를 확인한 운전원은 압축공기를 주입해 물을 강제로 주입하였습니다.
이때 배관에는 역지밸브라는게 있는데 보통 비상시의 우회 배관에 설치되며 물이 거꾸로 흐르는것을 방지하는 밸브입니다. 그런데 이때 이 압축공기의 힘으로 개방이 되었고 계측공기배관으로 물이 밀려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원인으로 급수승압펌프와 주급수펌프 모두가 정지하게 됩니다.
주급수가 돌지않자 1차계통의 증기발생기에서 열을 원활하게 빼앗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조급수계통이 자동으로 작동이 되야합니다. 하지만 이 TMI-2호기는 보수점검을 위해 밸브를 잠가두어 이 보조급수계통이 작동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현대에 와서는 운전중에는 절대로 정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행스럽게도 이 보조급수계통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1차계통의 압력을 조정하는 가압기에서는 상부에 가압기 방출밸브라는 것이 존재하여 압력이 컨트롤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방출밸브가 열려서 원자로배수탱크(RDT)에 방출하는 장치입니다. 다행히도 이 장치는 작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방출밸브는 압력이 어느정도 떨어지면 닫히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닫히는데 이게 덜 닫히게 됩니다. 그래서 밸브를 통해 원자로의 냉각수가 지속적으로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사고를 LOCA(냉각수 상실 사고)라고 하는데 정말 큰 사고입니다. 앞서 설명한 체르노빌사고와는 다른 유형의 사고지요.
이때의 사고에 가장 큰 문제는 운전원이 이 방출밸브가 열린 것을 수동으로 다시 닫았다면 사고는 커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닫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밸브는 닫히기는 했지만 불완전하게 닫힌 거였고 운전원의 계기판에는 닫힘으로 표시가 되니 운전원은 알 길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LOCA시 안전을 위해 작동하는 안전주입계통이 있습니다. 이것이 정상작동하면 밸브의 고장을 찾을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운전원은 냉각수가 부족해서 압력이 떨어진다고는 생각을 못 해서 이 안전주입계통을 수동으로 정지시켜 버립니다.
핵연료봉의 온도는 점점 상승합니다. 냉각수가 부족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운전원들은 당황합니다. 하지만 이 밸브에 대해서 꿈에도 몰랐죠. 사고 발생 16시간이나 지나서 원인을 찾고 냉각펌프로 온도를 낮추기 시작했지만 이미 핵연료봉은 손상되버렸습니다. 그리고 건물로 누출되었습니다.
사건 결과
이 사고는 여러 PWR의 공학적 안전설비들이 정상작동했다면 용융은 막았을지도 모를 사건이지만 운전원들은 사고 파악을 잘 못해 일을 키웠죠. 이때 원자로 건물 내부는 평상시의 1000배가량 방사능 수치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원자로 격납건물의 존재로 환경으로의 누출은 경미했습니다. 누출이 안 된 것은 아니지만 치명적인 양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주변 주민들이 받은 피폭선량은 X선 가슴 촬영 2~3번 정도 받은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실제 체르노빌과 다르게 죽거나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이 실수했지만, PWR의 다중 방호 설비들에 의해 사고 확대를 막은 것입니다. 만약 동일한 사고가 BWR 에서 발생했다면 후쿠시마와 같은 일이 이 스리마일에서 먼저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사건 이후에는 우선 이 사고 난 호기 자체가 격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호기를 대상으로 10년정도 제염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1호기는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외부로 누출이 거의 없었기에 사람들은 지나다닐 수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도 방문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취약점들을 분석해서 안전설비를 증가시켰고 특히 기계와 인간의 연계성에 초점을 둔 설계가 추가가 되었습니다. 이때 추가된 안전설비들은 현재 우리나라 PWR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어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들은 원자로 시스템을 수업해주신 교수님께서는 20년넘게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하셨는데 처음 배우고 설계할때는 간단하였는데 지금은 워낙 안전설비가 많이 추가되어 복잡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만큼 안전설비가 많아졌다는 증거겠죠?
이 사고는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인 만큼 사람들에게 최악의 사고라는 소리를 들었던 사고입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정말 끔찍한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묻혀 버렸지만요. 이 두 사건은 자연재해로 발생한 사고는 아닙니다. 단순 운전원의 실수와 기계 오작동 등이 원인입니다. 하지만 앞선 두 사건과 다르게 사고 발생의 트리거 역할을 자연재해가 했는 사고가 있습니다. 바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 크게 다가왔죠. 가까운 나라였으니 말이죠.
"해당포스팅에 사용한 이미지는 구글이미지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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